문화는 지역과 민족, 국경과 종교를 넘어 인간을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는 도시문화의 시대라고 봐야 한다. 도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이기도 하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 체제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다양한 가치들이 상충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는 미래의 질서이며, 도시문화는 미래사회 최고의 가치이다.
서울은 한민족이 창조한 최고의 도시이다. 서울은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 일본의 도쿄와 교토,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합쳐놓은 그런 압도적인 위상을 가진 도시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곧 서울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서울을 떠나 대한민국을 논하기 곤란할 정도이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도시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낡은 세대의 여인네 같다. 도시의 색깔과 향기는 사라졌다.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사람이 서울인구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서울은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만인의 타향’신세다. 수도(首都)라는, 중앙(中央)이라는, 특별시(特別市)라는, 화려함과 헛것에 매몰돼 서울 본연의 가치와 서울 고유의 전통을 잃었다.
서울문화의 전통과 정통을 찾아야 한다. 전국문화의 ‘비빔밥’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고유의 문화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울 본연의 색깔을 되찾고, 서울 고유의 향기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중차대한 일을 전담하려 한다. 오늘 발족하는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발기인들은 서울고유의 도시문화 창달과 바람직한 미래 도시문화를 구현하기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 본연의 가치와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도록 서울의 도시문화 정체성을 정립하고, 문화예술 복지를 구현하는데 매진하려 한다. 나아가 서울 도시문화의 미래비전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자임한다. 이를 통해 서울은 ‘이주민들의 도시’가 아니라 뉴요커, 파리지앵처럼 당당한 자부심을 가진 서울사람이 어울려 사는 조화로운 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설립취지를 달성하고자 문화예술, 문화산업, 문화시설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공헌을 통해 서울의 문화정체성 정립에 이바지하려 한다. 특히 서울 고향 만들기, 어린이서울역사학교 운영, 서울도시문화 지도사 양성 같은 의미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과 서울을 고향으로 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에 매진하려 한다. 또 독서문화 진흥 활동을 통해 서울고유 문화예술의 부흥과 증진을 추진하는 한편 복식문화, 음식문화, 주거문화 등 의식주관련 서울 전통문화의 활성화에 한 몫 할 계획이다.서울의 도시 정주성을 제고하기 위한 문화환경 자원의 발굴은 물론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지역간, 세대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사회공헌 및 문화복지 활동에도 일익을 담당할 터이다. 국내외 도시와 지자체, 공공기관 간 도시문화 교류에도 가진 바 역량을 쏟을 것이다.